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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간의 호주여행 4] 여행의 시작, 오스틴 버그스트롬 국제 공항 소개
    해외여행/9일간의 호주여행 2022. 12. 16.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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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08 - [해외여행/9일간의 호주여행] - [9일간의 호주여행 2] 혼자만의 눈치게임, 시드니 - 브리즈번/골드코스트 국내선 발권

    2022.12.12 - [해외여행/9일간의 호주여행] - [9일간의 호주여행 3] 기다려지는 호텔 숙박 시드니/브리즈번/골드코스트 호텔 예약


     

     

     

     

     

    여행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오스틴은 흐리고 꽤 추웠기에 두꺼운 옷들을 입고 다녔는데, 지금은 여름인 남반구로 여행을 가기 위해 여름옷들을 챙기다보니1 여행을 떠난다는 설렘이 다른 여행보다 유난히 강합니다. 여행의 시작은 제가 사는 오스틴 지역의 관문 공항인 오스틴 버그스트롬 국제공항(Austin–Bergstrom International Airport, AUS)에서부터 입니다. 오스틴 공항은 규모나 취항지를 고려한다면 그렇게 특별한 공항은 아닙니다. 오히려 달라스 지역의 달라스-포트워스 국제공항(DFW)이나 휴스턴 지역의 휴스턴 조지 부시 국제공항(IAH)이 더 압도적입니다. 그럼에도 글 하나를 할애해 오스틴 버그스트롬 국제공항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스틴 공항은 어떤 면에서 다른 공항들과는 다른 재밌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오스틴의 거점공항이었던 로버트 뮬러 공항 관제탑의 현재와 과거. (c) geocaching.com(좌), fineartamerica(우) 

     

     

    오스틴 공항의 역사

     

    오스틴 버그스트롬 국제공항은 오스틴 다운타운 남동쪽에 위치한 오스틴 광역권을 커버하는 공항입니다. 원래 오스틴의 거점공항은 현재 뮬러(Mueller)라는 이름의 커뮤니티에 위치해있던 로버트 뮬러 공항(Robert Mueller Municipal Airport)이었습니다2. 로버트 뮬러 공항은 이용객의 증가로 계속 게이트를 확장하고 활주로를 추가해 1990년대에는 16개의 게이트와 3개의 활주로가 위치한 공항이었습니다. 이런 확장에도 불가하고 이용객들은 공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요 이상으로 증가했고, 주민들로부터 소음 등에 대한 민원이 계속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항이 도시 내부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확장이 불가능했습니다. 이 당시 현재 오스틴 버그스트롬 국제공항이 위치해있는 지역에는 세계 제2차 대전 때 만들어진 버그스트롬 공군기지(Bergstrom Air Force Base)가 위치해 있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오스틴 시당국은 위의 이유로 미 공군에 버그스트롬 공군기지를 민간과 군이 함께 사용하는 공항으로 바꾸자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미 공군은 이러한 요청을 계속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냉전이 완화되고 종식되면서 미 정부와 미 국방부는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미 국내외의 많은 미군 기지를 철수시키는 정책을 시행하였고 버그스트롬 공군기지도 이에 따라 1993년 9월 30일에 철수하게 됩니다3. 오스틴 시에서는 버그스트롬 공군기지가 위치해 있던 지역으로 이전을 확정 짓고 활주로 및 택시 웨이 보수 및 신설과 공항청사를 건설하여 1999년 5월 23일 공식적으로 오스틴 버그스트롬 국제공항이 현 위치에 개항하게 됩니다. 로버트 뮬러 공항은 같은 해 6월 22일 공항의 모든 기능을 중단하게 됩니다. 현재의 뮬러 커뮤니티는 공항 중단이 운영된 이후에 새로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인근 지역에 비해 늦게 개발된 편에 속하기 때문에 현재도 집들이 계속 지어지고 있는 중이며 젊은 인구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지금도 해당지역에는 원래 로버트 뮬러 공항에서 사용되던 관제탑이 보존되고 있습니다. 관제탑 내부로 일반인의 출입은 어렵지만 매년 11월 말, 연말연시를 맞아 관제탑 상부에 구조물을 설치해 점등하는 "Mueller Tower Lighting" 행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2022년은 11월 29일에 17번째 행사가 열렸습니다4. 이후에도 오스틴 버그스트롬 국제공항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코로나 이전 한해 최대 1700만 명이 이용하는 공항으로 성장했으며5, 런던,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등 유럽으로 가는 항공편도 개설되어 있습니다. 최근 오스틴 지역 내에 아시아 방면 수요가 증가해 아시아 방면 직항 노선 개설 이야기도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오스틴 버그스트롬 국제공항 (c) skytraxratings.com

     

     

    오스틴 공항이 재밌는 이유

     

    오스틴 지역을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말은 "Keep Austin Weird(오스틴을 계속 이상하게)"라는 말입니다. 2000년, KOOP라디오의 The Lounge Show의 진행자가 돈을 기부한 오스틴 커뮤니티 칼리지의 사서였던 Red Wassenich에게 돈을 기부한 이유에 대해서 묻자, Wassenich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스틴을 이상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I don't know. It helps keep Austin weird)."라고 대답을 합니다. 오스틴의 'Keep Austin Weird'슬로건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문구가 퍼지기 시작한 후 지역 기업들은 이 문구를 사용해 지역에서 생산된 물품과 서비스를 이용해 지역 기업을 지원하자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6. 비슷하게 미 서부에 위치한 오레건 주의 포틀랜드에서도 오스틴에서 사용한 이 문구를 활용해 Keep Portland Weird라는 슬로건으로 지역기업 후원 캠페인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오스틴이 이상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쟁이 있지만, 지역에서 생산된 서비스와 물품을 이용하자는 캠페인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때문에 오스틴 지역에서는 맥도널드와 같은 미국 내 거대한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로컬 기업들이 꽤 선전하는 모습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오스틴 버그스트롬 국제공항에 있는 피치드 토르티야와 살베이션 피자

     

     

    오스틴 버그스트롬 국제공항은 이 Keep Austin Weird라는 슬로건을 가장 잘 시행하고 있습니다. 오스틴 버그스트롬 국제공항에는 다른 공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맥도널드나 버거킹 같은 체인점이 거의 없습니다. 굳이 꼽자면 공항에 딱 하나 있는 스타벅스가 거의 유일한 글로벌 프랜차이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맥도널드 대신 로컬 햄버거 가게인 헛츠 햄버거(Hut's Hamburgers)7, 피자헛 대신 로컬 피자가게인 살베이션 피자(Salvation Pizza), 스무디 킹 대신 로컬 주스 가게인 주스랜드(JuiceLand), 배스킨라빈스 대신 로컬 아이스크림 가게인 에이미스 아이스크림(Amy's Ice Creams), 스타벅스와 더불어 로컬 커피 가게인 조스 커피(Jo's Coffee)와 카페 메디치(Caffe' Medici)가 공항 내부에 입점해 있습니다. 오스틴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 사실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8

     

     

    오스틴 버그스트롬 국제공항에 있는 코메와 솔트 릭 BBQ

     

     

    또한 공항 내부에는 오스틴 지역의 꽤 유명한 바비큐 가게인 솔트 릭(The Salt Lick BBQ)의 바비큐도 맛볼 수 있습니다9. 아시아 퓨전 요리를 하는 피치드 토르티야(The Peached Tortilla)와 일식을 하는 코메(Komé)도 오스틴 지역에서는 유명한 식당들입니다. 다만 공항 내에 입점되어 있다는 한계점이 있기에, 원래의 식당들만큼 맛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대기업 자본들이 많이 입점할 수밖에 없는 공항 내 F&B 업장에서 로컬 기업들을 볼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쿨하면서도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공항에서 저 가게들을 이용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공항 내 가게들의 '맛'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도시 내의 원래 식당을 이용해본 입장에서 '굳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주변 친구들의 말을 들어봐도 아무래도 본점보다는 맛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고요. 오히려 다양한 형태의 매장을 위한 매뉴얼이 확립되어 있는 글로벌 프랜차이즈들이 이러한 부분에서는 맛의 편차가 적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지점과 맛이 같은 맥도널드보다는 본점보다 맛이 살짝 떨어지는 헛츠 햄버거가 더 맛있지 않나 싶습니다. 

     

     

    오스틴 버그스트롬 국제공항에 있는 헛츠 햄버거와 에이미스 아이스크림

     

     

    위에 열거해드린 식당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공항에서 먹은 헛츠 햄버거의 감자튀김은 가장 맛있었던 감자튀김 중 하나였습니다. 살베이션 피자의 경우, 다른 공항들에서 파는 피자보다 맛있습니다. 물론 저는 홈 슬라이스 피자(Home Slice Pizza)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홈슬라이스 피자가 공항에 있었다면 살베이션 대신 홈 슬라이스에 갔겠지만요. 주스랜드의 주스는, 아주 건강한 맛의 주스입니다. 달고 자극적인 주스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맞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에이미스 아이스크림은, 대부분의 텍사스 아이스크림이 그렇듯 우유맛이 아주 풍부한 크리미 한 아이스크림입니다. 셔벗 같은 상큼하고 깔끔한 아이스크림이라기보단 풍부하고 녹진한 무거운 맛의 아이스크림입니다. 카페 메디치에서는 카푸치노를 마십니다. 조스 커피에서는 Turbo나 Bomber를 많이 마십니다(저는 안 마십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 공항에서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코메의 롤은 평소에도 친구들과 점심으로 많이 사 먹습니다. 솔직히 공항에 입점되어 있는 가게들이 모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게들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유명하고 사람들이 꽤 많이 찾는 가게들입니다. 참고로, 위의 가게들은 모두 메인 터미널은 바바라 조던 터미널(Barbara Jordan Terminal)에 입점되어 있는 가게들입니다. 만약 프런티어항공이나 얼리전트 항공으로 오스틴 공항을 이용한다면, 사우스 터미널(South Terminal)로 가게 되는데 거기는, 딱히 기대하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오스틴 버그스트롬 국제공항 미래 청사진 (c) communityimpact.com

     

     

    오스틴 시에서는 지속적인 이용객의 증가로 새로운 공항 확장 계획을 수립해 새로운 터미널을 건설할 계획에 있습니다. 새로운 터미널이 건설되면 더 많은 F&B 매장이 들어오게 될 텐데, 새로운 매장으로는 또 어떤 로컬 매장들이 들어올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햄버거 가게인 Burger Bar나 Mighty Fine이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Hopdoddy Burger는 오스틴에서 탄생하긴 했으나 이미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콜로라도 등 다른 주에 매장을 낸 상태기 때문에 굳이 공항에는 들어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스틴 공항은 어느 항공사의 허브공항도 아니기 때문에 많은 환승수요가 발생하는 공항이 아닙니다. 이 말은 오스틴이 여행의 시작점 혹은 끝점이라는 말이기 때문에 환승을 하면서 오스틴의 재밌는 로컬 매장들을 볼 기회를 많은 사람들이 갖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오스틴을 여행하시는 분들이라면, 오스틴에서 괜찮았던 식당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맛볼 기회를 가질 수 있겠네요.

     

     

    오스틴에서 로스엔젤레스, 시드니를 거쳐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루트, 총 9,196마일(nm), 17,031km

     

     

    오스틴 공항을 통해 브리즈번으로

     

    다시 본론인 9일간의 호주 여행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오스틴에서 시작되는 9일간의 호주 여행은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을 경유해 15시간 30분의 비행으로 시드니에 도착한 후, 비행기를 갈아타고 브리즈번으로 이동해 2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골드코스트로 이동했습니다. 집에서 나온 시간이 11월 23일 수요일 정오인데 골드코스트에 도착한 시간은 11월 25일 금요일 오후 5시입니다. 3대의 비행기를 타고 택시와 기차와 버스를 각각 한 번씩 타고 총 37시간이 걸려 도착했습니다. 시차를 고려해도 무박 3일이 걸린 셈입니다. 미국에서 호주는 한국보다도 먼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멀었습니다. 사실 돈을 더 지불하고 공항에서 호텔까지 조금 더 편하게 이동했거나, 경유시간이 짧은 비행 편을 선택했다면 총 이동시간은 약 30시간이 안 걸렸겠지만, 항공권을 저렴하게 샀다 보니 최대한 싸게 이동해보자는 생각에 몸을 혹사시켰습니다. 다시 한번 골드코스트에 간다면, 돈을 더 주고 편하게 갈 생각입니다. 반드시.

     

     

    9일간의 호주 여행 이야기는 2022.12.20 - [해외여행/9일간의 호주여행] - [9일간의 호주여행 5] 오스틴에서 골드코스트까지 이동, 돈을 아낄래 아니면 몸을 아낄래?로 이어집니다.

     

     


     

    1 골드코스트, 브리즈번, 시드니는 모두 남반구에 있지만 날씨는 다른 편입니다. 골드코스트와 브리즈번은 덥고 습한 반면, 시드니는 덜 습하고 여름에도 시원한 편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시기에 골드코스트와 브리즈번은 낮 최고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갔지만 시드니는 낮 최고 기온이 22~23도 근처였습니다. 덕분에 여름옷과 봄가을 옷을 모두 챙겨야 해서 짐가방이 더 무거워졌습니다.

    2 "Robert Mueller Municipal Airport," Wikimedia Foundation, https://en.wikipedia.org/wiki/Robert_Mueller_Municipal_Airport

    3 "Bergstrom Air Force Base," Wikimedia Foundation, https://en.wikipedia.org/wiki/Bergstrom_Air_Force_Base

    4 Mueller Austin, "17th Annual Tower Lighting," https://www.facebook.com/events/424410639883166 

    5 "Austin–Bergstrom International Airport," Wikimedia Foundation, https://en.wikipedia.org/wiki/Austin%E2%80%93Bergstrom_International_Airport 

    6 Shelley Bueche, "The history of how 'Keep Austin Weird' became synonymous with the Capital City," Culturemap Austin, https://austin.culturemap.com/news/city-life/03-14-18-history-why-is-keep-austin-weird-slogan-bumper-sticker-shop-local/

    7 안타깝게도 다운타운에 있던 헛츠 햄버거 가게는 2019년 영업을 종료해 이제는 오스틴 공항에서만 맛볼 수 있습니다. 

    8 물론 스타벅스에 대한 습관을 버리지 못한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아침 출발 비행 편 전, 스타벅스 가게 앞에는 다른 가게들보다 압도적으로 긴 줄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굳이 그 긴 줄을 기다리지 않고 카페 메디치로 향합니다.

    9 오스틴 지역에서 어떤 바비큐가 가장 맛있는지는 여전히 많은 논란과 논쟁이 있기에, 가장 유명한 바비큐라고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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